* 가끔은 기분전환으로 문구류를 구입하곤 한다. 이럴 때 보통 사는 건 볼펜과 연필, 노트인데, 사들고 들어온 연필을 깎을 때 특히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전 컴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열심히 알아보다 오늘 드디어 주문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비싼 컴퓨터보다도 손에 들고 들어온 두 자루의 연필에서 더 큰 설레임을 느끼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세대이지 싶다.
*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근 11년만에 '영어 공부'라는 걸 시작한지 이제 보름이 좀 넘어간다. 워낙에 미국 영어를 싫어하는지라 판 펴고 공부라는 걸 한다면 영국 영어로 하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여기선 교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영국 문화원이 있긴 하지만, 영어 공부에 그 돈과 시간(거기에 오가는 시간까지)을 들이기는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 그 외에 몇 안되는 교육시설들이 제공하는 건 모두 시험대비용 강좌들 뿐이다.
인터넷 BBC의 영어 강좌와 몇몇 인터넷 사이트들을 즐겨찾기해두고 주교재 삼아, 내 미국식 발음을 교정해보겠다고 혼자 끙끙대는 중인데, 들려오는 감미로운 소리와는 전혀 다른 어설프고 희한한 내 소리에 2주가 넘게 좌절만 한 가득이다. 예전 직장에서는 보스서부터 직원까지 모두 영국 영어들을 썼던지라 나도 모르게 살살 영국 영어식으로 내 소리가 변해간다고 뿌듯해했건만.... 막상 공부를 하겠다고 덤비고 보니 이건 미국영어도 영국영어도 아닌, '연당 영어'다. 이 언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 어휘가 매우 빈곤하다는 것과, 러시아어, 한국어, 영어가 아주 절묘하게 섞여있다는 게 아닐까.
저녁을 먹고 난뒤 차를 마시다 오늘 아침에 연습했던 단어들을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아버지께는, 러시아어보다 훨씬 처지는 영어 실력이라고 한탄을 하는 애가, 미국 영어 시험을 보겠다고 하며 영국식 발음을 익히고 있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시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입학 직후 러시아어의 P (스페인어의 r과 유사) 발음이 안되어 하루종일 입이 마르도록 알파벳 하나에만 매달렸던 때를 일깨워주시며 나름의 응원도 보내주신다.
* 잠시 자료 정리를 하며 '에호 모스끄븨(Эхо Москвы; 인터넷으로 자주 듣는 모스끄바 라디오 방송)'를 틀었는데, 손님으로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나와, 모스끄바에 와서 먹었던 음식 얘기서부터, 연극, 영화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름 좌절스러운 것은 슬레이터씨가 말하는 것보다 통역이 전해주는 러시아어로 그 내용을 더 깔끔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
* 온블로그가 갑작스레 서비스를 중지하여 그쪽 유저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지인 하나도 그곳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이트가 사전 안내도 없이 닫힌데다 무료 서비스였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
내 경우에는, 포스트는 우선 워드패드나 ms워드로 작성한 뒤, 이미지가 들어가는 글은 웹상의 내 작업실에서 대략 배치하고 설명을 적어서 정리한 뒤에 올리고 있는데, 블로그는 그 이후에도 많은 것들이 오가기 마련. 답글들, 방명록을 통해 오가는 글들, 비밀글을 통해 오가는 정감어린 이야기들...많은 글을 쓰지는 않아도 이런 것들 하나 하나가 내게는 의미가 있고 소중한 것들인데, 어느날 갑자기 엠블이 사라져 열리지 않는 일을 당한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온블로그의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 한국 뉴스를 보지 않은지 한달 정도 된 것 같다. 뉴스를 읽지 않으며 살면 뭐가 달라질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곧 마감이 다가오는 글이 하나 있어 정신이 없기도 해서 이러고 있는데, 결론은 별 차이는 없다는 것.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가 뉴스를 보건 보지 않건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고, 내가 그 뉴스들을 보건 보지 않건 간에 내가 먹고 살고 책을 보며 글을 쓰는 데는 그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그러고보면 내가 요 근래 들여다보고 있는 것들은, '현실', '지금', '새로움'이라는 단어들과 관계없이도 잘 굴러가는 것들임이 분명하다.